펜을 들었다. 이 펜으로 적어내려가야할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겁건만 손에 쥐인 무게는 깃처럼 가벼웠다. 그 무게가 내 현실을 꼬집는 것 같아 슬퍼졌다. 하잘것없는 그 감정 하나에 휘둘려서 또 이러지. 궁상맞게. 혼잣말에 입꼬리가 굳었다. 나는 자조어린 얼굴로 종이 위를 적시는 잉크 너머의 풍경을 본다. 그 곳에는 내 마음을 알게 된 네가 서 있다. 늘 하던 ...
노을 지는 저녁였다. 규칙적으로 부서지는 파도와 선선하게 부는 바람까지 소위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B는 기분좋게 자박이는 모래사장 위를 걷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한걸음 뒤에서 걷던 A가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떨어뜨렸다. 할 말있다며 불러내놓고 왜 저러는거지. 나한테 뭐 잘못이라도 했나. B는 가만히 서서 A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A의 입이 열리는...
*폭력묘사, 사이비 종교 소재 "아침이다!" 입구를 걷어찬 고함에 어둠속 인영들이 몸을 일으켰다. 조명 하나 달려있지 않은 방에서 부딪힘 한번 없이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나오는 모습은 일순 섬뜩하기까지 했다. 통로에 선 주정뱅이-사감의 별명-는 콧김을 내뿜으며 나오는 아이들을 헤아렸다. 열 일곱, 열 여덟, 열 아홉. 마지막 아이를 꼽은 그가 성난 ...
우리, 그만둘까. 너무나 쉽게 내뱉어진 이별이었다. 연습 한 번 해본적 없었다. 그런데도 너무 쉬워서, 디스트로이어는 방금 그 말을 내뱉은게 자신이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래, 프라임이 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내렸는데, 프라임은 드물게 커진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낯설었다. 프라임은 저런 표정을 지을리 없는데. 그러면, 나 인가?이...
균열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치명적이다. 비단 기계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정신적인 것에 휘둘리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프라임의 미간이 조금 더 구겨졌다. 이별을 고한 것은 디스트로이어였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도, 분노로 점철된 목소리도 없었다. 오히려 가볍다 못해 산뜻했다. 우리, 그만둘까. 실상 물음의 탈을 쓴...
▶ 2차 지인까지 받는 커미션입니다. ▶ 고어 / 수위 / 노인 / 메카닉은 받지 않습니다. ▶ 커미션 작업물은 추후 샘플 및 포트폴리오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 작업물의 크롭, 어플 내 스티커 및 필터를 씌우는 것은 허용, 이외에 리터칭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 기본 규격 : 2000x2000 72dpi 캔버스 사이즈는 신청내용에 따라 더 커질 수 있습...
"시리즈 역사상 가장 많은 참가자가 경쟁했던 베리드 스타즈 시즌 4! 이번 주과제는... 유닛 미션입니다! TOP5 멤버들은 유닛을 결성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게 됩니다!" 유쾌한 사회자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TOP5 멤버들은 눈을 홉뜰 뿐이다. 굳이 유닛미션을 진행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탓이다. 근래 시청률은 시리즈 역사상 최고점을 찍었고, 그 결과 전례...
- 베리드 스타즈 규혁도윤규혁 고등학교AU 주변이 소란했다. 왁자지껄한 점심시간이건만 이제 막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한 도윤은 수상한 걸음걸이로 주변을 살폈다. 도착한 곳은 학교 뒤편의 담장이었다. 담장 끄트머리에는 학생 한 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종종 이용되는 개구멍 같은 곳이었다. 측량한 쪽이나 납품한 업체, 혹은 어...
- 검은방 김재하, 하무열 X 회색도시 서재호 조합 “어이, 나와. 주소 보낸다.” 대뜸 걸려온 전화가 그대로 끊겼다. 무열은 어이가 없었다. 이놈이? 9시가 넘은 저녁, 나오라는 용건,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 머리를 굴릴 것도 없었다. 술 마시는 와중에 분위기가 죽으니 들러리 한 명 불러야겠다 싶었나보지. 목소리에 티가 날 정도면 제법 마신 것 같은데. ...
"불." 짧은 단어가 꽂혔다. 그 단호함에 재호의 미간이 쑤욱 패였다. "못 들었수? 금연 구역이라니까." "집이 무슨 금연 구역이야." "내 사무실입니다만?" "콩을 팥이라고 우기면 팥이 되나? 억울하면 제대로 사무실 하나 차리던가." 뭐, 한 갑 사주면 나가서 피워 줄 수도 있고. 선심 쓰듯 덧붙이는 투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비어버린 담배갑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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